
전북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새로 짓는 건 2023년부터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인허가를 받아도 한전 계통에 접속할 수가 없다.
신규 태양광 사업을 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게 한전이 직접 안내하는 현실이다. 호남권 61개 변전소가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돼 2031년 12월까지 신규 접속이 제한된 상태다.
그런데 한전 계통에 연결하지 않고 태양광 전력을 팔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전북개발공사가 그 방법으로 이미 사업을 시작했다.
On-Site PPA란 무엇인가
On-Site PPA(전력구매계약)는 발전소와 수요자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한전 송전망을 거치지 않고 발전 현장에서 직접 수요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수요자의 유휴부지에 발전사업자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발전된 전기를 수요자가 바로 사용한다.
한전 계통에 연결할 필요가 없다. 남는 전기가 있으면 그때만 계통으로 보내면 된다.
계통 포화 지역에서 한전을 기다리지 않아도 태양광 사업이 가능한 구조다.

전북 완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례
2026년 3월, 전북개발공사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제공한 5,378㎡ 부지에 전북개발공사가 1,231kW 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발전된 전력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25년 동안 직접 공급받는 구조다.
담장과 온실 사이 유휴부지 길이 700m, 폭 7m에 패널이 들어갔다. 다음 달부터 가동 예정이다. 사무실 냉난방, 유리온실 환기, 연구 실험 장비 가동에 쓰일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셈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측은 전체 수요의 1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연간 2억 원, 25년간 50억 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것으로 봤다.
한국과학기술원 전북분원과 한국식품연구원도 조만간 옥상과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사업 구조 — 발전사업자와 수요자가 모두 이긴다
전북개발공사가 채택한 모델은 이렇다.
위성사진으로 국가기관의 유휴부지를 먼저 확인한다. 예산 조달이 쉽지 않은 국가기관을 대신해 지방공기업이 사업비를 조달하고 시설 설치·운영까지 맡는다. 국가기관은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전북개발공사는 재생에너지 판매 수익을 얻는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없이 전기요금만 낮아진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계통 접속 없이도 발전 수익을 얻는다.
계통 포화 문제를 우회하는 현실적인 해법이다.
직접 PPA는 2022년 9월부터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공사를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3자 PPA는 한전이 중간에 개입하는 인가제였지만, 직접 PPA는 신고제로 규제가 낮다.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 등록을 마친 사업자라면 직접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해 기존 전력거래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파주시는 국내 지방정부 최초로 공공 재생에너지 직접PPA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문산정수장 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관내 9개 중소기업에 30년간 160원/kWh 고정가격으로 공급하는 계약이다.
계통 포화 현실 —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권 계통 접속 대기 용량이 2,473MW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국 계통 접속 대기 발전설비는 3,939MW에 달한다.
출력제어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23년 호남권으로 확대됐고, 2024년 26회, 2025년에는 영남·충청권까지 번졌다.
2026년은 역대 최장 107일 대책기간이 운영 중이다.
계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가 막힌다.
On-Site PPA는 이 구조적 병목을 우회하는 방법 중 하나다.
직접 PPA의 현실적 한계
완전히 한전을 배제하는 건 아니다.
수요자가 한전 배전망을 완전히 끊는 게 아니라 태양광 발전분을 직접 소비하고, 부족한 전기는 여전히 한전에서 가져온다.
망 이용료 문제도 있다.
기업들은 직접 PPA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로 높은 비용(67.7%)과 망 이용요금 산정 과정의 불투명성(45.2%)을 꼽는다.
전력거래소가 망 이용료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RE100 달성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직접 PPA가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으로 직접 PPA를 가장 선호(36.2%)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6년 태양광 사업의 변화
태양광 산업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발전사업자가 발전소 지어서 한전에 파는 구조에서,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시장의 주체로 올라오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On-Site PPA는 그 흐름의 가장 구체적인 형태다.
계통 포화 지역에서 새로운 태양광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면, 수요자를 먼저 찾고 부지는 그 다음에 보는 순서로 접근하는 게 맞다.
직접 PPA 관련 문의: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
신재생에너지 통합 콜센터: 1855-3020
다음 글 예고
On-Site PPA가 돌파구라고 했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망 이용료 문제, 계약 단가, 25년 장기계약의 리스크 — 계약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다음 편에서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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